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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관계다(3/4) - 관심에서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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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뀌는 순간


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뀌는 순간, 영업은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선다. 

그 전까지는 투명인간처럼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했지만, 단 한 번의 반응이 생기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관심은 출발일 뿐이다. 그것이 신뢰와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무관심으로 돌아가는 건 순식간이다. 

영업의 진짜 과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관심은 불꽃이다. 불꽃은 잠시 타올랐다가 금세 꺼질 수 있다. 신뢰와 관계는 장작이다. 

불꽃을 장작에 옮겨 붙이지 않으면, 아무리 강렬해도 사라진다. 

영업이란 결국, 무관심을 깨고 얻어낸 불꽃을 어떻게 장작으로 키우느냐의 싸움이다.


관계란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이 나를 “거래할 만한 사람”에서 “함께 갈 만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다. 

가격이나 기능으로만 설명되는 거래는 언제든 흔들린다. 

그러나 관계로 묶인 거래는 웬만한 조건 변화에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고객은 더 이상 나를 공급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필리아(philia), 곧 우정의 존재로 설명했다. 

그는 이익을 위한 관계도 있고, 즐거움을 위한 관계도 있지만, 가장 고귀한 관계는 “선을 공유하는 관계”라 했다. 

영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나를 단순히 이익의 수단으로 본다면 거래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반자”로 본다면 관계는 견고해진다.


공자 역시 신뢰(信)를 관계의 본질로 삼았다. 그는 “신뢰가 없으면 말은 공허하다”고 했다. 

영업 현장에서 신뢰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는 것, 말한 조건을 끝까지 지키는 것, 작은 부탁에도 성심껏 반응하는 것이다. 

고객은 상품의 스펙보다 이런 순간들을 더 오래 기억한다. 신뢰 없는 영업은 모래 위의 집과 같다.


실제로 한 고객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중견 건설사는 설비 공급 업체를 두고 여러 회사를 비교했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경쟁사가 더 나았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의외였다. 

과거에 작은 프로젝트에서 협력했던 한 영업인을 다시 부른 것이다. 

이유를 묻자 고객은 짧게 답했다. “우리는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다.” 그 영업인은 계약이 없을 때도 꾸준히 안부를 전하고, 

업계 정보를 공유했으며, 작은 요청에도 성실히 대응했다. 직접적 거래와 상관없는 행동들이 관계를 만들었고, 

그 관계가 최종 계약을 이끌었다. 이 사례는 영업이 단순한 논리와 조건의 게임이 아니라, 

신뢰와 관계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리학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일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신뢰를 부여한 관계를 쉽게 끊지 못한다. 

또한 ‘정서적 기억’ 연구는 사람들이 논리보다 감정적 경험을 더 오래 간직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기억하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아니라, 문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약속을 어떻게 지켰는지다. 

결국 관계는 감정적 신뢰의 반복 속에서만 만들어진다.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관심을 깨뜨리는 순간은 전광석화처럼 짧지만, 관계를 만드는 과정은 물이 바위를 깎는 세월과 같다. 

작은 약속을 지키고, 작은 요청을 기억하며, 작은 태도에 성실할 때 관계는 쌓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래는 관계가 되고, 관계는 파트너십으로 격상된다.


영업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다. 무관심을 넘어 고객의 마음을 얻었다면, 그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 더 큰 과제다. 

관계로 이어진 영업은 단발의 계약이 아니라 지속의 동반자가 된다. 

경쟁사의 조건이 더 좋아도, 가격이 더 싸도, 고객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뀌는 순간은 불꽃이다. 그러나 그 불꽃을 장작으로 옮겨 붙여 지속적인 불로 만드는 것, 그것이 영업의 진짜 힘이다. 

영업의 완성은 설득이 아니라 관계다. 무관심을 넘어선 관심이 신뢰로 다져지고, 신뢰가 관계로 뿌리내릴 때, 영업은 비로소 하나의 완성에 이른다.


영업의 승부는 경쟁사가 아니라, 무관심에서 시작해 관계로 완성되는 그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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