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과 마케팅의 경계가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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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과 마케팅의 경계가 사라지다
예전엔 마케팅이 관심을 끌고, 영업이 계약을 성사시킨다는 구분이 뚜렷했다.
광고가 문을 열어 고객을 불러들이면 영업은 그 문을 닫으며 계약서에 도장을 받았다.
회사 안에서는 누구도 그 선을 헷갈리지 않았다. 마케팅은 관심을 모으는 부서였고 영업은 매출을 만드는 부서였다.
리드와 계약이라는 지점에서 두 조직의 책임은 분명히 나누어졌고, 그 구조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선이 흐려지고 있다. 고객은 더 이상 영업과 마케팅이 나눈 구분선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온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 얻고, 블로그와 영상과 리뷰와 웨비나를 거치며 스스로 결정을 절반 이상 내린 뒤에야 영업자를 만난다.
만남의 성격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영업자는 이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알고 온 고객에게 마지막 확신을 주거나 작은 의심을 해소해주는 존재로 자리를 옮겼다.
고객은 영업자를 만나기 전에 이미 회사의 블로그 글을 읽고, 유튜브에 올라온 사용 후기를 시청하고, SNS에서 다른 사용자의 경험담을 확인한다.
과거에는 영업자가 제공하던 정보가 이제는 고객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더 빠르고 객관적으로 제공된다.
“영업자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고객은 자신이 절반은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채 등장한다.
영업은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를 완성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영업자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예전에는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명함을 돌리며 발품을 파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이 오히려 온라인에서 영업자를 먼저 발견한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 링크드인에 공유된 인사이트, 웨비나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곧 고객과의 첫 접점이 된다.
영업자는 고객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으로 역할이 전환된 것이다.
SaaS 업계의 전환
SaaS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극명하다. 한 글로벌 SaaS 스타트업은 매달 웨비나를 열어 제품 사용법을 설명하고 동시에 질의응답을 받는다.
과거 같으면 마케팅이 관심을 모으고 영업이 계약을 성사시켰을 텐데, 이 웨비나에서는 고객이 곧바로 결제를 진행한다.
마케팅과 영업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 안에서 관심을 모으는 단계와 계약을 성사시키는 단계가 동시에 일어난다.
성과를 어느 한쪽의 공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HubSpot의 사례는 유명하다. CRM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이 회사는 자사 블로그에 수천 개의 글을 축적했다.
그 글을 읽고 들어온 고객은 이미 제품과 시장을 이해한 상태에서 영업을 만난다. 영업자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고객 상황에 맞는 제안과 마지막 확신만 제공하면 된다.
마케팅과 영업의 경계는 무너지고, 고객 여정 속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한다.
제조업 영업자의 SNS 활동
제조업도 다르지 않다. 과거 영업사원은 카탈로그와 샘플을 들고 공장을 돌며 만남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 사양과 가격을 비교하고, 유튜브에서 사용 영상을 확인한다.
심지어 어떤 고객은 영업자를 만나기 전 이미 성능 시험을 해보고 나타난다. 영업자는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일 수 없다.
대신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글과 영상으로 공유하며 전문가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일본의 한 산업 기계 업체 영업자는 매주 링크드인에 유지보수 팁을 올렸다. 그 글이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며 몇 달 뒤 새로운 계약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처음에 “왜 영업 사원이 마케팅 같은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활동이 가장 강력한 영업 전략이 되었다.
영업이 마케팅적 역할을 흡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었다.
KPI의 혼란
문제는 성과 측정이다. 많은 회사는 여전히 마케팅에겐 리드 수, 영업에겐 계약 건수를 KPI로 준다. 그러나 마케팅이 만든 웨비나에서 바로 계약이 성사된다면 이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영업자가 쓴 블로그 글을 보고 문의가 들어왔다면, 이것을 마케팅 리드라고 할 수 있는가. 경계가 흐려지면서 내부적으로는 공을 나누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고객의 관점에서는 아무 문제도 아니다. 고객은 단지 경험이 일관되었는지, 신뢰를 느꼈는지만 기억한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대비
스타트업은 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많은 스타트업이 영업팀과 마케팅팀을 나누지 않고, ‘그로스 팀(Growth Team)’이라는 이름으로 통합 운영한다.
고객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보고 초기 마케팅부터 계약 성사까지 모두 같은 팀 안에서 진행한다.
누가 마케팅이고 누가 영업인지를 따지는 것이 의미 없고, 고객에게 매끄럽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반면 대기업은 여전히 부서 간 칸막이가 두텁다. 마케팅은 홍보와 브랜드 관리, 영업은 판매와 계약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고수한다.
KPI도 다른 방향을 향한다. 그래서 마케팅이 “우린 많은 리드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면, 영업은 “질이 형편없다”고 반박한다.
갈등은 반복된다. 그러나 고객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한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고, 그것이 어긋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데이터로 보는 변화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B2B 구매자의 70% 이상은 영업자를 만나기 전에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가트너는 2024년 기준으로 B2B 구매자의 80%가 영업자 접촉 전 구매 여정의 대부분을 끝냈다고 분석했다.
세일즈포스 조사에서는 영업자의 65%가 “마케팅 콘텐츠가 계약 성사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는 경계가 무너지는 흐름이 체감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임을 보여준다.
새로운 영업자의 조건
앞으로 영업자는 더 이상 ‘영업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데이터를 읽고,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고, 마케팅 활동을 함께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대면에서는 인간적인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분석가이자 커뮤니케이터이며 콘텐츠 제작자이자 관계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현장의 젊은 영업자들은 블로그 운영, 영상 제작, 데이터 분석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반대로 기성 방식을 고수하는 영업자들은 빠르게 뒤로 밀려난다.
고객은 수십 번의 접점을 통해 회사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신뢰를 확인한다. 멀티 플레이어만이 버틸 수 있는 시대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
국내 기업 문화는 이 변화에 늦게 반응하는 편이다. 특히 대기업은 영업과 마케팅을 확실히 나눠 책임 소재를 따지는 구조에 익숙하다.
그러나 IT 서비스나 스타트업은 이미 글로벌 흐름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SaaS 스타트업, 이커머스 기업,
핀테크 기업들은 마케팅과 영업을 구분하지 않고, ‘고객 성공팀(Customer Success Team)’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고객 유지율과 반복 구매율을 관리하는 역할 속에 영업과 마케팅이 함께 녹아 있다.
맺음말
영업과 마케팅의 경계가 사라지는 흐름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필연이다. 고객 여정이 디지털화되고 접점이 다층적으로 확장될수록 이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기업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이 변화를 인정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서별로 성과를 쪼개 싸우는 기업은 고객 경험의 흐름을 놓치고 시장에서 뒤처진다.
반대로 경계를 허물고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둔 기업은 더 빠르게 성장한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여전히 “이건 영업의 일이냐, 마케팅의 일이냐”를 따질 것인가. 아니면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어떻게 더 잘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것인가.
미래를 바꾸는 쪽은 분명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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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면' 이 상황에서 **고객이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믿는 현재의 안전지대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곳임을 깨닫게 할 것**입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단순히 기능 자랑이나 ROI 설명만으로는 '다음에'라는 대답을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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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면 취할 3가지 행동 (판을 뒤집는 질문과 제안)
김민준 매니저님이 "다시 한번 논의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한 직후, 저는 침묵을 깨고 다음과 같은 질문과 제안으로 미팅의 초점을 **'현상 유지의 리스크'**로 완전히 돌릴 것입니다.
### 1. 현상 유지의 **숨겨진 비용 (기회비용)** 도발하기
**행동:** 지금 운영 중인 시스템이 완벽해 보여도, 그 완벽함을 유지하는 데 드는 **'인력의 기회비용'**을 자극합니다.
* **멘트:** "매니저님, 오늘 말씀 들어보니 현재 시스템 운영이 정말 안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혹시 김민준 매니저님과 팀원들이 지금 운영 유지에 매달리는 시간 중, 그룹사의 **미래 성장 동력**이나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할 시간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저희 솔루션은 단순히 장애를 줄이는 게 아니라, 바로 그 **'미래를 위한 시간'**을 벌어드리는 투자입니다."
* **효과:** '문제 없음' $\rightarrow$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으로 인식을 전환시킵니다.
### 2. **브랜드 인지도**를 **'검증된 성과'**로 치환하기
**행동:**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강력한 레퍼런스(추천 고객사)로 커버하고, 고객의 고민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해결해 줍니다.
* **멘트:** "저희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확신이 안 서시는 점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를 강력하게 추천해주신 $\text{A}$사 ($\text{IT}$팀) 팀장님께 저희가 오늘 말씀드린 가치들이 $\text{A}$사에서는 **'실제로 **$\text{XX}\%$**의 운영 비용 절감과 **$\text{YY}$**일의 신규 서비스 출시 단축'으로 이어졌다는 구체적인 벤치마킹 데이터**를 요청드려도 될까요? 매니저님 팀의 검토 자료에 **'이미 검증된 객관적인 성과'**를 더해드리겠습니다."
* **효과:** 브랜드의 약점 $\rightarrow$ **검증된 성공 사례**로 전환하여 확신을 줍니다.
### 3. **'위험 회피'를 명분으로 다음 단계 확정**하기
**행동:** 내부 논의를 기다리기보다, 고객이 스스로 리스크를 인지할 수 있는 '맞춤형 진단 자료'를 제공할 것을 제안하여 다음 미팅을 선점합니다.
* **멘트:** "매니저님, 내부 논의 시간을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저희가 한 가지만 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을 유지했을 때 1년 뒤 귀사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보안 리스크'**와 **'경쟁사와의 격차 리포트'**'를 귀사 환경에 맞춰 시뮬레이션 해드리겠습니다. 이 자료는 순수한 **'위험 회피 및 전략 보고서'**로 활용하실 수 있으며, 저희 솔루션 도입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근거가 될 것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 오후에 이 보고서를 가지고 다시 찾아뵙고 15분만 설명드릴 수 있을까요?"
* **효과:** 미팅 종료 $\rightarrow$ **고객 맞춤형 후속 조치**로 연결하며 **'필요성 논의'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옵니다.10.04 - 잘썼어요10.02
- 나라면, 김 대표님이 언급하신 내부 검토 포인트를 먼저 묻겠습니다.
“대표님, 내부 검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실 부분은 기술적 안정성일까요, 비용일까요?”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열어 두는 거죠.
동시에 과거 이슈에 대한 우려를 덜어드릴 수 있도록 “저희가 이번에 개선한 부분을 공유드려도 될까요?”라고 제안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검토의 방향을 구체화시키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10.02 - 나라면, 김 대표님이 언급하신 내부 검토 포인트를 먼저 묻겠습니다.
“대표님, 내부 검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실 부분은 기술적 안정성일까요, 비용일까요?”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열어 두는 거죠.
동시에 과거 이슈에 대한 우려를 덜어드릴 수 있도록 “저희가 이번에 개선한 부분을 공유드려도 될까요?”라고 제안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검토의 방향을 구체화시키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10.02 - ddddddd10.01
- ddds10.01
- 제가 놓치고 있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