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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관계다(2/4) - 무관심을 깨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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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을 깨우는 힘


고객의 무관심이 영업의 최대 고비라면, 영업인의 과제는 그 무관심을 어떻게든 깨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고객은 우리에게 긴 설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수십 장의 제안서도, 세련된 슬라이드도, 정성 들여 준비한 통계 자료도 고객의 눈길을 붙잡지 못한다. 

무관심은 우리가 입을 열기 전에 이미 공기를 장악한다. 

따라서 무관심을 깨우는 힘은 긴 설명이 아니라 단 한순간, 단 한마디에 달려 있다.


많은 영업인들이 이 순간을 기술이나 논리로 뚫으려 한다. 

기능이 더 좋다는 설명, 가격이 더 싸다는 강조, 경쟁사보다 빠르다는 수치. 하지만 무관심에 갇힌 고객은 이런 설명을 듣지도 않는다. 

이미 마음의 창을 닫은 상대에게 더 좋은 논리는 닿지 않는다. 

무관심을 깨뜨리는 힘은 논리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고객이 스스로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관심을 흔드는 첫 번째 힘은 고객의 불편을 건드리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문제 앞에서는 무심할 수 없다. 

아무리 차가운 태도를 보이던 고객도 자기 불편이 거론되는 순간 귀를 기울인다. 

영업인이 “지금 사용하시는 방식, 유지비용이 작년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 혹시 아십니까?”라고 물을 때, 고객은 잠시 고개를 든다. 

자기 현실을 찌르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아, 맞다. 사실 그게 문제였지.” 마음속에서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무관심의 벽에는 금이 간다. 

고객 스스로 인정한 불편이 영업의 틈이 된다.


한 제조업체 구매 담당자는 늘 같은 유형의 제안서를 받아왔다. 

효율을 높여준다, 비용을 절감해 준다, 품질을 개선한다는 문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영업인은 이렇게 시작했다. “귀사에서 지금 쓰는 장비, 고장이 나면 평균 복구 시간이 몇 시간 걸리십니까?” 담당자는 멈칫했다. 

그는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늘 비용이나 품질 얘기만 들었지, ‘시간’이라는 문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떠올려 보니 복구 지연이 현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 순간 대화는 달라졌다. 무관심은 흔들리고,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무관심을 흔드는 두 번째 힘은 타인의 선택을 비추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길을 가기보다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증거’의 힘이다. 고객도 다르지 않다. 

“이 업계 다른 회사들이 왜 이 방식을 택했는지 말씀드려도 될까요?”라는 말은 스스로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거울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고객은 그 거울을 보며 자기 상황을 대입한다. 

다른 이들의 선택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무관심은 이렇게 흔들린다.


실제로 한 IT 솔루션 영업인은 수많은 무심한 고객을 만났다. 

대부분은 “우린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그러나 그는 방식을 바꿨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서 저희 솔루션을 도입한 이유가 뭔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고객은 “네?” 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 뒤 이어진 설명은 단순했다. “그 회사도 귀사와 마찬가지로 속도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결국 이 솔루션을 선택하셨습니다.” 

설명은 길지 않았지만, 고객의 표정은 달라졌다. 다른 회사의 사례는 자기 회사의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 

사회적 증거는 논리보다 더 빠르게 무관심을 무너뜨렸다.


무관심을 흔드는 세 번째 힘은 낯설음을 던지는 것이다. 


무관심은 익숙함 속에서 자란다. 늘 듣던 문장, 늘 반복되는 설명은 귀에 닿기도 전에 흘러간다. 

고객의 마음은 이미 자동으로 문을 닫는다. 그러나 낯선 질문은 사고를 멈추게 한다. 

예상 밖의 비유나 질문은 무관심을 강제로 흔든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대부분의 발표처럼 시장 규모나 기술 우위를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 안에 이 산업 전체가 멈출 겁니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휴대폰을 보던 투자자의 눈길이 무대로 향했다. 긴 설명은 그제야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무관심을 깨뜨린 것은 수치가 아니라, 낯선 위기감이었다.


소매 매장에서도 비슷하다. 한 고객은 이미 온라인에서 정보를 다 보고 매장을 찾았다. 

직원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는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 모델을 선택한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고객은 발걸음을 멈췄다.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무관심을 흔드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다.


무관심은 두텁지만, 그것을 깨뜨리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고객의 불편을 비추고, 타인의 선택을 보여주고, 낯선 질문으로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것. 

긴 설명은 나중의 일이다. 고객이 한 번 시선을 주고 귀를 열어야만 그 뒤의 논리와 자료가 의미를 갖는다. 

브랜드가 약한 회사라면, 영업인이 곧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고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그 영업인의 한 문장, 한 질문, 한 장면이다.


영업의 본질은 설득이 아니다. 무관심을 깨우는 힘이다. 고객의 눈길을 붙잡고, 대화를 열고, 존재를 인정받는 것. 

그 힘을 가지는 순간 비로소 경쟁이 시작되고 관계가 만들어진다. 

영업인은 브랜드가 약할수록 브랜드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고객의 머릿속에 남는 단 하나의 문장, 그 한 문장이 무관심을 흔드는 도끼가 된다. 


그리고 그 도끼질 한 번이 계약의 방향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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