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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관계다(1/4) - 무관심

본문

영업의 최대 고비는 고객의 무관심이다.


영업의 실패를 말할 때 우리는 언제나 경쟁사를 먼저 떠올린다. 

더 큰 회사, 더 유명한 회사, 더 싸게 공급하는 회사. 늘 그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업인을 무너뜨리는 진짜 적은 따로 있다. 그것은 고객의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단순히 “관심 없음”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과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이 고객의 머릿속에 전혀 자리하지 못하는 상태다. 

다시 말해 브랜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의 머릿속에 쌓여 있는 기억, 신뢰, 경험, 기대의 총합이다. 

어떤 회사를 떠올렸을 때 이미 품게 되는 이미지, 이미 갖춰져 있는 신뢰감, 이미 형성된 기대치. 이것이 브랜드 가치다.


브랜드가 있는 회사는 영업인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아, 그 회사구나”라는 인식 하나만으로도 고객은 대화의 문을 반쯤 열어둔다. 

이미 들어본 이름이니, 신뢰의 최소한은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영업인은 “왜 당신인가”라는 질문에만 답하면 된다. 

그러나 브랜드가 없는 회사는 다르다. 고객의 머릿속에 어떤 맥락도 없다. 

고객은 “이 회사는 뭐 하는 곳이지?”, “믿을 만한가?”, “들어본 적도 없는데?”라는 질문을 무심히 던지고, 대화의 초입부터 마음을 닫는다.


실제 현장은 잔인할 정도로 이를 보여준다. 

제안서를 들고 들어간 첫 미팅 자리. 내 이름과 회사명이 적힌 표지를 본 고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것은 인정이 아니라 확인일 뿐이다. 

상대의 눈빛에 어떤 기대도 담겨 있지 않다. 몇 장을 설명하기도 전에 고객은 펜을 돌리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한다. 

이미 관심은 떠나간 것이다. 브랜드가 부재한 상황에서 영업인의 설명은 공기 중에 흩어진다. 존재는 있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된다.


무관심은 거절보다도 무섭다. 

거절은 여전히 대화의 한 형태다. “싫습니다”라는 대답은 적어도 내 말을 들었다는 의미다. 

의견을 내고 반응을 했다는 건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무관심은 다르다. 대화 자체가 부정된다. 관계의 부재, 존재의 삭제. 고객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보지 않는다. 

무관심은 그렇게 나를 투명하게 만든다.


고대 철학에서 말한 아파테이아는 본래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뜻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그것이 냉혹한 무관심으로 변한다. 

타인의 기쁨에도, 고통에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 한비자는 “군주는 벌이 아니라 무관심으로 사람을 버린다”고 말했다. 

벌은 여전히 관계의 표현이다. 꾸짖고 벌하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무관심은 존재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장 잔혹한 배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며, 진짜 무서운 것은 증오가 아니라 무심함이라고 했다. 

악은 종종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무관심에서 태어난다. 

영업에서 브랜드가 없는 회사가 맞닥뜨리는 벽은 바로 이 무심함이다. 


고객은 우리를 미워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할 뿐이다.

이런 무관심은 현장에서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영업인은 열 장의 제안서를 쓰고 밤을 새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형식적인 한마디에 그친다. “네, 잘 알겠습니다.” 

실제로는 하나도 알지 못했으면서, 더 알아볼 의지도 없으면서, 그 말 한마디로 대화를 닫는다. 

고객의 머릿속에는 ‘이름 없는 회사 하나가 다녀갔다’는 흔적만이 남는다. 

다시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경쟁사와의 싸움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고객은 이미 “없는 것”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거절은 언젠가 기회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무관심은 기회조차 열어주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팔든, 어떤 가치를 제공하든, 고객의 시선이 머물지 않는 순간 모든 것은 흩어진다. 

이것이 영업의 첫 번째 고비다. 경쟁이 아니라 무관심의 벽을 깨뜨리는 것. 

이 벽을 넘지 못하면 가격도, 품질도, 기능도 모두 무의미하다. 

고객이 나와 내 상품을 브랜드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전략도 시작되지 않는다.


영업의 본질은 결국 존재 증명이다. “나는 여기 있다. 우리는 이런 가치를 만든다.” 

이 메시지가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잡지 않는 한, 영업은 무대에도 오르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무관심을 넘는 순간, 비로소 경쟁이 시작되고, 관계가 만들어지고, 계약이 가능해진다. 

영업의 최대 고비는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의 무관심이다. 


그것을 깨뜨리는 일, 바로 거기서 영업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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